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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들이 마치 아버지와 자식처럼 서로를 섬겼다

원아랑 2019. 6. 4. 09:39

양춘과 양진의 형제애

양파의 집안은 대대로 덕이 도탑고 또 의리와 겸양을 독실하게 갖추어 형제들이 마치 아버지와 자식처럼 서로를 섬겼다. 양춘과 양진은 공손하고 겸손해 형제가 아침이면 대청에 모여 하루종일 서로 마주보면서 시간을 보내고 방안에 들어가는 적이 없었다. 맛있는 음식이 한 가지 있더라도 형제가 모이지 않으면 먹지 않았다. 대청마루 사이에 종종 휘장으로 칸막이를 만들어 자거나 쉬는 곳으로 삼아 가끔 휴식을 취했으며, 돌아와서는 다시 함께 담소를 나누었다.

양춘이 늙었을 때 한 번은 다른 곳에서 술에 취해 돌아오자, 양진은 형을 부축해 방에 들어가 쉬게 하고는 자신은 방문 앞에서 옷을 입은 채 자면서 안부를 살폈다.

 

양춘과 양진은 나이 육십이 넘어서 모두 삼공의 지위에 올랐지만, 양진은 항상 아침저녁으로 형을 뵙고 문안인사를 했다. 문안인사를 할 때는 아들과 조카들이 계단 아래에 서 있었으며, 양춘이 앉으라고 명하지 않으면 양진은 함부로 앉지 않았다.

 

양춘이 매번 가까운 곳에 나가서 해가 지도록 돌아오지 않으면 양진은 먼저 밥을 먹지 않고, 양춘이 돌아오길 기다린 다음에 함께 밥을 먹었다. 밥을 먹을 때는 양진이 손수 숟가락과 젓가락을 바쳤으며, 식사의 상태를 살피기 위해 모든 음식을 먼저 맛보았으며 양춘이 먹으라고 한 다음에야 먹었다. 양진이 사주자사로 있을 때에  양춘은 서울 집에 있었다. 계절마다 나오는 맛있는 것이 있으면 그때마다 심부름 보내는 사람을 통해 음식을 부쳤으며, 만약 혹시라도 보내지 못하면 먼저 입에 넣지 않았다. 한집안에 남녀 식솔이 백여 명을 헤아리고 시마복을 입는 친족들이 함께 밥을 지어 먹었지만 집안에서는 이간질하는 말이 없었다.